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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10대 획기적인 과학성과’ 1위는 생명공학분야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 작성자노용택
  • 등록일2015-12-30 10:03:29
  • 조회수1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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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생물학의 비전, 위험성까지도 제시

MIT의 예측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MIT의 테크놀로지 리뷰(Technology Review)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세기의 가장 커다란 생명공학적 발견”이라고 언급한 사실을 말이다.

어떤 종류의 유전자도 잘라낼 수 있는 '크리스퍼' 기술은 기존의 생명공학 기술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 인물은 크리스퍼 기술을 개발한 미국 버클리 대학의 제니퍼 도우드나 교수

어떤 종류의 유전자도 잘라낼 수 있는 ‘크리스퍼’ 기술은 기존의 생명공학 기술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 인물은 크리스퍼 기술을 개발한 미국 버클리 대학의 제니퍼 도우드나 교수

지난 9개월간 벤처 투자가들이 크리스퍼라고 알려진 혁신적인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하는 신생 회사에 2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기존의 통상적인 유전자변형 기술, 즉 외부의 유전자를 삽입하여 다른 품종을 들어내는 기술과는 색다른 기술에 투자가들이 몰려들고 있다.

‘사이언스’와 ‘네이처’ 모두 과학 성과와 과학 인물 1위로 선정

세계 과학사는 2015년을 ‘생명공학의 해’로 기억할 것이다. 뎅기열을 물리치는 GM모기, 말라리아 바이러스를 아예 옮기지 않는 모기, 비계 대신 근육으로 가득 찬 돼지, 식용 동물로는 처음인 유전자변형 연어의 판매 승인, 유전병이 대물림 되지 않은 아이로 자랄 수 있는 인간 배아세포 등 획기적인 성과들이 속속 개발됐기 때문이다.

저널 ‘사이언스’는 ‘올해의 10대 획기적인 과학성과’ 1위로 원하는 유전자(DNA)만 골라서 제거하거나 편집할 수 있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 기술을 꼽았다. 또한 연구자는 사이언스와 쌍벽을 이루는 ‘네이처’의 ‘올해 10대 과학 인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적어도 크리스퍼는 거의 30년 만에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가장 커다란 혁신이다. 특허권과 과학 문헌의 수, 정부의 재정 지원과 민간 부문 투자금액으로 봤을 때 2013년 이후 크리스퍼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담당 기술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리스퍼로 할 수 있는 것은 빠르고 쉽게 효과적인 방식으로 인간을 포함한 어떤 종의 유전자이든 편집할 수 있다. 다른 기술로 수개월, 수년이 걸리는 것이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하면 단 몇 주면 된다.

의료용, 동물의 형질변경을 넘어 합성생물학의 비전 제시

또한 이 기술은 비단 의료용, 동물의 형질변경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바이오연료, 물질, 약, 음식 등을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개발하는 능력에 잠재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지난 파리기후회의에서 지구를 구할 기술로 각광을 받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면 ‘크리스퍼’는 어떤 기술이길래 그렇게 열광하고 있는 걸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잘라내고 싶은 특정한 DNA에만 결합하는 유전물질인 RNA와, 특정한 DNA를 잘라낼 수 있는 효소를 결합시킨 형태다.

RNA의 종류를 다양하게 만들면 어떤 종류의 DNA도 잘라낼 수 있다. 본격적으로 활용된 지 불과 5년도 되지 않았지만, 역사상 어떤 생명공학 기술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예를 하버드 의과대학의 조지 처치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올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 돼지 유전자 중 사람에게서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만을 잘라냈다. 사이언스는 “이 유전자를 없애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 이식하는 이종(異種) 간 장기이식의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조지 처치 교수는 최근 돼지 유전자 중 사람에게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만을 잘라내는데 성공했다. 돼지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 poptech.org

하버드 의과대학의 조지 처치 교수는 최근 돼지 유전자 중 사람에게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만을 잘라내는데 성공했다. 돼지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중국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근육 발달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제거해 근육량을 2배 이상 키운 돼지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서울대 김진수 연구팀은 근육이 많은 ‘이중 근육’ 돼지를 개발 중에 있다.

과학인물’ 1위 황쥔주, 치열한 윤리논쟁 제기

네이처가 꼽은 ‘올해의 과학 인물’ 1위로 꼽은 과학자는 유전자 가위 연구자인 황쥔주 중국 중산대 교수다. 그는 올 4월 인간 배아에서 혈관질환인 ‘지중해성 빈혈’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잘라내는 데 성공했다. 인간 배아의 유전자를 편집해 자궁에 착상시키면 이론적으로 빈혈 같은 특정 질환에 걸리지 않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

한편 이와 더불어 인간 유전자 편집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는 뜨거운 이슈다. 황 교수의 연구를 계기로 전 세계 과학계는 인간 유전자 편집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뉘어 치열한 윤리 논쟁을 펼쳤다.

12월 초 미국 워싱턴에서는 세계 20개국의 생명공학 권위자와 윤리문제 전문가, 정부 당국자 등이 모인 가운데 ‘인간 유전자 편집 회의’가 열렸다. 3일간 치열한 토론을 벌인 결과 “유전자를 편집한 세포를 임신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서가 채택됐다.

물론 당장은 SF영화에 나오는 괴물을 실험실에서 만들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인간을 비롯한 고등생물 유전체를 수정할 능력이 없다. 헐크 같은 괴물을 만드는 것은 자동차를 개조해 트랜스포머를 만드는 수준에 비유할 수 있다.

문명과 과학기술의 발달이 가져다 준 혜택은 인류와 지구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원자력이나 생화학 무기, 심지어 인공 지능까지 인간의 윤택한 생활과 행복을 위해 인간이 연구해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이 기술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인류를 파멸에 이르게 하는 독이 될 수 있다. 크리스퍼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 인류가 이 기술을 어떻게 지혜롭게 활용할 것인가에 따라 미래 우리 후손들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이언스타임즈>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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